"중증장애인이 태통령에게 보내는 상소문"
작성자 마산CIL
본문
상소문
존경하는 문재인대통령께 드립니다.
저는 오늘 중증장애인들의 처지를 눈물로 호소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가정에서 시설에서 수십년 갇혀 살아온 우리 중증장애인들이 자유를 찾은지 몇 년 만에 다시 속박된 삶을 살아야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인간다운 생존을 포기하라고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저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아기였을 때 병에 걸려 뇌병변장애인이 되고 사지는커녕 수족도 쓰지 못하는 몸으로 63년을 살았습니다. 그 중 40년을 넘게 집에서 방구석을 지키며 누워 살았습니다. 갈 곳도 없고 갈 수도 없었습니다. 수십년을 라디오 하나 벗을 삼아 지내다가 어느날부터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꿈 하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꿈이 생겼지만 세상에 나올 수 있을 때까지 또 몇 년이 걸렸습니다.
막상 세상으로 나왔을 때는 새로운 가시밭길이 있었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다닐 수 있는 학교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만들었습니다. 집 근처보다 더 멀리 나가보고 싶었지만 버스 한 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버스를 만들었습니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더 이상 늙으신 어머니에게 짐이 되지 않고자 자립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자립생활센터를 만들고 활동보조인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10여년을 치열하게 정부를 상대로 싸웠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환갑을 맞았습니다.
지금 저는 자는 시간 외에 모든 시간에 활동보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혼자서는 물 한잔을 마실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활동보조가 있었기에, 장애가 내 몸을 구속하는 바를 넘어서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2년 후면 제 자립생활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활동보조인들을 잃게 됩니다. 그저 제가 만65세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더는 요양원에 들어가지 않으면 저는 아예 살 수가 없습니다.
제 살아온 이야기가 유별난 이야기도 아닙니다. 저와 같이 학교를 만들고, 장애인이 탈 수 있는 버스를 만들고, 자립생활센터를 만들고, 활동보조인 제도를 만들고, 장애인을 더 이상 차별하지 말라고 법을 만들었던 수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많고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시설에서 수십년을 갇혀 살았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그렇게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지금도 세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사람답게 행복과 자유를 누리다가 단순히 65세가 되었다는 이유로 그 행복과 자유를 잃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께서는 상상도 어려우실 삶을 저희는 살았습니다. 벽지의 무늬 구석구석까지 외우는 것도 질릴만큼 오랜 동안 방안에서, 집에서, 시설에서 살았습니다. 저희가 65세가 된다고 해서 저희 장애가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현재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65세 기준이라는 제도의 칼로 저희 목숨줄을 겨누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문재인대통령께 호소합니다. 저희는 인간답게 살다가 죽고 싶습니다. 활동보조제도만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더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부디 살펴주십시오. 저희는 정말 살고 싶습니다.
2019. 08. 16 금요일
존경하는 문재인대통령께 드립니다.
저는 오늘 중증장애인들의 처지를 눈물로 호소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가정에서 시설에서 수십년 갇혀 살아온 우리 중증장애인들이 자유를 찾은지 몇 년 만에 다시 속박된 삶을 살아야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인간다운 생존을 포기하라고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저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아기였을 때 병에 걸려 뇌병변장애인이 되고 사지는커녕 수족도 쓰지 못하는 몸으로 63년을 살았습니다. 그 중 40년을 넘게 집에서 방구석을 지키며 누워 살았습니다. 갈 곳도 없고 갈 수도 없었습니다. 수십년을 라디오 하나 벗을 삼아 지내다가 어느날부터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꿈 하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꿈이 생겼지만 세상에 나올 수 있을 때까지 또 몇 년이 걸렸습니다.
막상 세상으로 나왔을 때는 새로운 가시밭길이 있었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다닐 수 있는 학교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만들었습니다. 집 근처보다 더 멀리 나가보고 싶었지만 버스 한 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버스를 만들었습니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더 이상 늙으신 어머니에게 짐이 되지 않고자 자립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자립생활센터를 만들고 활동보조인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10여년을 치열하게 정부를 상대로 싸웠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환갑을 맞았습니다.
지금 저는 자는 시간 외에 모든 시간에 활동보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혼자서는 물 한잔을 마실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활동보조가 있었기에, 장애가 내 몸을 구속하는 바를 넘어서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2년 후면 제 자립생활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활동보조인들을 잃게 됩니다. 그저 제가 만65세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더는 요양원에 들어가지 않으면 저는 아예 살 수가 없습니다.
제 살아온 이야기가 유별난 이야기도 아닙니다. 저와 같이 학교를 만들고, 장애인이 탈 수 있는 버스를 만들고, 자립생활센터를 만들고, 활동보조인 제도를 만들고, 장애인을 더 이상 차별하지 말라고 법을 만들었던 수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많고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시설에서 수십년을 갇혀 살았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그렇게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지금도 세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사람답게 행복과 자유를 누리다가 단순히 65세가 되었다는 이유로 그 행복과 자유를 잃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께서는 상상도 어려우실 삶을 저희는 살았습니다. 벽지의 무늬 구석구석까지 외우는 것도 질릴만큼 오랜 동안 방안에서, 집에서, 시설에서 살았습니다. 저희가 65세가 된다고 해서 저희 장애가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현재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65세 기준이라는 제도의 칼로 저희 목숨줄을 겨누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문재인대통령께 호소합니다. 저희는 인간답게 살다가 죽고 싶습니다. 활동보조제도만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더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부디 살펴주십시오. 저희는 정말 살고 싶습니다.
2019. 08. 16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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